(트윗 타래로 썼던 것을 옮겨 적는다_2018.09.11)
도버에 간 일은 좀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 날 아침에 눈은 떴으나 일어나기 싫어서 핸드폰 만지다가 갑자기 가기로 했다.ㅋ
화이트 클리프와 그 위에 등대가 있다는 건 며칠 전에, 마찬가지로 누워서 인터넷 뒤적거리다가 알았고, 혹시 가게되면 거기까지 걸어가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지도로 루트를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이동시간이 꽤 긴 것임. 그런데 지도로는 잘 감이 안 오니까 또 가볼 만 해 보였다? 그래서 별 걱정을 안했음.
원래 전날에는 whitstable 이라는, 위쪽에 있는 해변가 동네에 가볼까 생각도 했는데 (호스트인 바이올렛이 여기로 간 다음, 바닷가 길 따라 쭉 걸어서 옆동네에서 버스타고 돌아오라고 알려줬다.) 결국은 갑자기 도버로 가기로 함ㅋ 캔터베리에서 도버까지 가는 버스는 사실 3-40분 밖에 안 걸린다.
여기는 성.
이쪽은 도버 해협..! 저 멀리 어렴풋하게 육지 비슷한 것이 보인다.
그리고 잠깐 숨 좀 돌린 뒤 내려왔다. 샌드위치 사러 코스타 갔다가 파니니 먹고 시간이 많아서 느긋하게 쉬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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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목적지를 등대로 찍었더니 버스를 갈아타고 언덕 위의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가라고 했는데, 지도로만 봐서는 실제 지형을 모르니까 "에이~ 절벽 위에 걸어야지~ 뭔 버스임~ 깔깔"하면서 허세를 부렸다. 걸어 올라가는데 정말 힘들었다...
대부분은 차를 끌고 화이트클리프 위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슬슬 걸어서 갔다 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뚜벅이였고.... 절벽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그냥 쌩으로 걸어 올라감.
A20 도로쪽에서 절벽 위로 올라가는 작은 길. 그렇게 안 보이지만 꽤 가파르고, 사람이 두 명 지나가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길이다.
오른쪽 풀숲 너머는 절벽이고 그 아래로 아주 거대한 페리 터미널이 보인다.
이걸 쓰는 지금 허벅지가 아파온다... 내일 누워있어야 함... (이렇게 썼지만 다음날 종일 누워있진 않았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근육통은 이틀 넘게 갔다...ㅠ)
이 길을 올라가던 중에 어떤 아저씨가 바다를 바라보며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옆에 자전거가 있었다. 옆에 지나가던 나를 부르더니 자기는 Deal(옆 동네 이름)로 가고싶은데 이쪽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셨다. 하지만 나도 처음인데 길을 알겠나... '어...근데 자전거 넘 힘들지 않을까요. 한참 더 올라가야 하는데 저 아래로 내려가심이 어떠세요?'했는데 조금 뒤에 알고보니 저 아래쪽 길은 부두에서 끝나고 더 이어지지 않았다ㅋㅋ 걱정스러워서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마주 내려오던 다른 부부한테 물어보는 것 같았는데 올바른 길을 찾으셨길 바래요....
아무튼 한참을 걸어서 올라갔으나 등대까지의 거리는 반도 줄지 않았음. 이쯤에서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과연 내가 이 길을 끝까지 가야하는 것일까. 왕복이면 2배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당근 못할 것 같다....등등 아주 심란했다.
절벽 위로 올라간 다음 '화이트 클리프'라고 적힌 간판과 주차장 요금부스를 지나고 또 한참 들어가면 카페와 기념품 파는 곳이 나오고 그 다음에 이제 본격적으로 길이 시작된다..ㅋㅋㅋㅋㅋㅋㅋ
안내지도를 보니 등대로 가는 중간쯤에 사진 찍기 좋은 스팟으로 가는 루트가 있었다. 거기까지만 가볼까 하고 일단 출발을 했는데.......................... 거기도 걸어서 20분 걸림
길의 초반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 가다가 중간에 돌아오는 것 같다. 당연하지 등대까지는 한시간이 걸리니까!!
한편 그 절벽 위의 초원에 누군가가 방목을 하는지 말이 막 돌아다니고 길에는 말의 응가가 가득하고.... 여기서 더 심란해짐..
그럼에도 근처에서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있지도 않은 내면의 유노윤호를 최대한 끌어올려서 중간쯤까지 갔다.
거기서 물을 통째로 벌컥벌컥 마시면서 경치도 좀 보고 잠시 숨 돌리고 있었더니 어떤 중국계로 보이는 부부가 사진을 찍으러 다가왔음. 왠지 나한테 부탁할 것 같아서 근처에 얼쩡거리다가 역시나 사진을 부탁하시기에 잘 찍어드리고 나도 부탁을 해서 절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히히- :->
아주머니가 찍어주셨는데 되게 잘 찍어주셨다. 피사체=본인이 별로일 뿐....ㅋ
(저쪽 절벽 위에 계신 부부였다ㅋㅋ)
여름 아닌 계절에 가면 바람이 엄청 심하다고 한다. 나무들도 바닷바람맞은 모양으로 자라있는데, 지금은 아직 날씨가 나쁘지 않아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참 힘들게 걷고 바람도 좀 불고 그래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두 분과 헤어지기 전에 혹시 등대 갔다왔냐고 여쭤봤더니 되게 좋다고, 근데 저 넘 배고파서 못가겠어요~ 했더니 거기 티룸 있으니까 차 마시고 돌아오라고 그래서 일단 가기로 함..!
멀고 먼 등대로 가는 길
이건 2/3 정도 왔을 때 찍은 거다. 앞으로 더 가야 했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것이 페리터미널.
저~기 보이는 것이 등대의 끄트머리.
걸어가다 보면 또 안 보인다.ㅠㅠ
절벽의 반대편의 모습. 저 울타리 너머는 개인 소유지 같고, 양이나 말이 있다.
화이트 클리프 초입보다는 한참 걸어나와서 보이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더 멋졌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혼자 고독을 즐기기 유리함^^
저것이 등대다... 생각보다 너무 작고.. 작아서.....
대체 저 등대가 등대 역할을 하긴 할까 싶었다. (모양만 등대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결국 도착을 했고, 티하우스에 냉수 안 팔아서 슬퍼짐. 돈을 아끼고 싶었고, 차도 별로 안 당겨서 그냥 10분 정도 앉아만 있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돌아가는건 정말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화이트 클리프 주차장까지 빠져나가는데 적어도 1시간은 걸린다)
처음에 구글 지도로 검색을 했을 때, 버스를 갈아타고 절벽위로 올라와서 등대로 가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반대쪽 방향의 길을 검색했다.
등대까지 온 길과 반대쪽에 작은 길이 있었고 St Margaret's at Bay라고 표시된 마을로 이어진다. 거기로 걸어가는데에도 20여분이 걸린다. 이미 다리가 매우 고통스러웠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히스토리 워크..? 무슨 올레길 비슷하게 도보여행자들이 걸어가기에 좋도록 루트를 만들어 놨는데, 그 중 몇몇 표시된 스팟은 전쟁과 관련된 것 같았으나 너무 지치고 힘들고 별로 관심도 없어서 그냥 빠르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 곳은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씩 오는 곳이었고 좀 전에 한 대가 떠나버려서 50여분을 앉아서 멍때리고 있었다...
그 동네는 다 마당이 넓고, 집이 한 채 씩 있는 개인주택이었다. 도버 시내로 가면 여러개 다닥다닥 붙고 오래되서 너덜거리는 집들만 가득함. 바닷가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더 너덜거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간판도 되게 녹슬어 가는 느낌이고 그랬거든.
내가 멍 때리고 있던, 버스정류장 바로 앞의 작은 공원. 저 앞에 앉아계신 분들도 관광오신 것 같았는데 똑같이 한 시간 뒤에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사실 도버 시내는 별로 못 둘러봤고 그냥 버스타고 빙 돌아서 지나간게 전부라서..ㅋㅋㅋ 근데 뭐 딱히 볼 건 없는 것 같았다... 도버 교외로 빠지면 경사면에 좋은 집들이 쫙 늘어서 있는 예쁜 동네가 있는데, 이쪽은 높은 절벽이나 경사로, 언덕이 있고 고저가 심한 지형이라 살짝 신기했다.
아무튼 도버는.... 내가 거길 다시 갈까요 설마; 배타고 프랑스로 가기위해서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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