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싫어서 잠깐 쉴 겸 늘어놓는 의식의 흐름
이것이 최근 간간히 탐라에서 보여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천사-악마는 흥미롭지만 그렇게 내 취향의 설정은 아니고, 제일 관심을 가졌던 것은 데이비드 테넌트가 출연한다는 것...
11시즌부터 쉬고 있지만 닥터후를 정말 사랑했고(ㅠㅠ) 맷닥이 최애이긴 하지만 테닥을 사랑하지 않는 후비안이 대체 어디있던가.
아무튼 테넌트가 껄렁거리는 악마로 나온다는데 혹하지 않을 수 없었음.
이미 영마존 프라임 무료이용을 해버렸는데 이거 한 시리즈를 보려고 돈을 내자니 썩 내키지 않았는데 미마존에서 하니까 무료이용이 가능했다. 대신 영어자막밖에 없었음ㅋ 고통의 시작...
예상은 했는데 둘이 너무 오피셜 찐이라서 할 말이 없어졌다. 2-3화쯤에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둘은 사랑을 하고 있었어. 그것도 6000년에 걸쳐서!
나는 성경을 읽은 일도 없고 종교도 없는지라 요한계시록이 대체 무엇인가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며 서브컬쳐에서 간간히 이용되는 간단한 지식이 전부다. 아무튼 듣자하니 지구이 종말이 예정되어 있고, 악마고 천사고 그 아마겟돈 이후에 다가올 전쟁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는 모두 '올마이티'에 의해 계획된 것이니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고 계신다. 솔직히 쇼 중간쯤 가면 제대로 된 천사는 아지라파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천사들, 특히 가브리엘이 곧 시작될 전쟁이 너무 기대된다며 신나하는 꼴을 볼 수 있다. (그걸 보는 인류1은 어이가 없어진다.)
테넌트의 크로울리는 좀 덜 사악하고 유쾌한 킬그레이브, 혹은 조금 더 사악하고 막 나가는 닥터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킬그레이브랑 비교하는 건 크로울리에게 못 할 짓인 것 같기도. 크로울리는 착해...
아무튼 그가 등장할 때마다 퀸의 노래가 자주 배경으로 깔리는데 상황마다 찰떡같이 들러붙는 가사도 웃음 포인트ㅋㅋㅋㅋ 거기다 시작과 끝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깔아놓는 완벽한 수미상관에 내적박수를 쳤다.
실은 천사 쪽은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반해버렸다... 쏘 잉글리쉬 젠틀맨...
어쨌든 천사니까 악마 크로울리와 어느 정도 선을 그으려고 하지만 결국 그의 유혹에 (자기합리화하면서) 넘어가버리는 아지라파엘ㅋㅋㅋㅋ (크로울리가 따라다니면서 6000년간 챙겨줬는데 그 정도 정성이면 넘어가는게 당연하다.)
아무리 악마랑 친해도 본성은 천사라서 심한 욕도 못하는 데다가 겨우 한다는 소리가 '너랑 다시는 말 안 할 거야!'같은 귀여움 뚝뚝 떨어지는 협박인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ㅠㅠ 물론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도 한몫했다고 생각함. 배우분이 너무나... 어도러블함....
두 캐릭터만이 아니라 다른 주변인물들도 굉장히 알차게 짜여져 있다. 마녀와 마녀 사냥꾼의 후손, 사탄의 아이, 사탄의 아이와 바뀌었어야 했으나 실패한 아이, 가족들, 친척, 근거없는 사명감 가진 할아버지와 옆집 오컬티스트까지. 초반에 우수수 등장할 때는 대체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이 또한 다 (작가님의) 계획하심에 따른 것이었느니라. 믿으십시오.
그래서 이 '멋진 징조들'에서 최고의 징조를 택하라면 마지막의 그것이죠. 버클리 광장의 나이팅게일.
정말 너무 노골적이라서 미천한 인류는 몸서리를 쳤다..... 행복하세요, 두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