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니고 주간보고이다. 귀찮은 것도 있지만, 매일 뭔가 쓸만큼 할 얘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서없고 주제도 없음.
그러니까 열흘정도 되는 시간동안 나는 비행기표를 새로 샀고, 귀국일이 바짝 앞당겨졌고, 그 앞당겨진 날짜까지도 못견디겠어서 괴로워 뛰어내리고싶다!!!!! (2층이라 뛰어내려봤자 팔다리나 부러지겠지!!)
그래서 지난주 화요일 아침이었나... 매일이 비슷해서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아무튼, 원래는 먼저 샀던 비행편(5월)을 앞당길 수 있나 물어보려고 항공사에 전화를 했는데 그건 여행사를 통해서 구매한 티켓이라 본인들이 건드릴수가 없단다. 문제는 그 전날 내가 여행사에도 연락을 취했는데, 걔네는 전화량이 많다고 당장 닥친 스케줄이 아니라면 통화를 받질 않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한참 남은 것을 앞당기려는 목적이라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고... (어이가 없다 쌍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 게다가 이미 주말에 비행편이 있는걸 확인했는데 항공사 직원분이 '고객님이 경유지까지 갈 수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다'고 말해서 2차로 어이가 없었다. 즉, 내가 따로 돈을 더 써서 그 비행편을 사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ㅋㅋㅋㅋㅋ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아무튼 전화를 끊고, 상황보고를 위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티켓을 앞당기려고 시도는 해 본다고 미리 얘기를 해뒀다) 그랬더니 그냥 다른 직항 없냐고, 그거 그냥 사라고 해서 그냥 사버렸다. 그래서 다른 항공사 직항으로 새로 스케줄을 잡았고, 귀국일이 한달 가까이 앞당겨졌다. 좀 웃기는 게, 그 전에는 엄마가 거의 이틀에 한번씩 전화를 했는데 귀국날 앞당겨지니까 이제 전화 안 한다ㅋ
사실 항공권 구매하던 그 날 당일에는 그렇게 많이 신나지 않았는데, 그 후 5일정도가 지나고 지금은 그 항공권 안 샀으면 큰일났겠다 싶다. 특히 오늘은 눈뜨자마자 심적으로 너무 괴로웠다. 그런데 뛰쳐나갈래도 나갈데도 없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슈퍼마켓, 공원 이게 전부라니!
얼마나 무료하고 떠나버리고 싶냐면, 이미 나는 짐을 진작에 다 싸놨다! 출발만 하면 된다. 출발까지 꽉 채워서 6일이나 남았다는 것이 슬플 뿐...
이미 오래 써서 낡은 것들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다 버리고 나니까 캐리어 두 개에 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가진 것들이 사실 객관적으로 많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임시로 거주하는 사람의 기준에서 보니까 맨날 '아이고 짐이 왜 이렇게 많나~'하는 것이지.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또 방에 있는 것들을 잔뜩 버릴 것 같다. 옷도 옷장 하나에 넣을만큼만 있으면 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내가 여기서 가진 것보다 많다. 제일 문제는 책인데, 그건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사실 내가 하고싶었던 일들 생각하면 여전히 아쉽다.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캔터베리에 다시 못 가는 거랑, 햄스테드히스 언덕에 오르지 못 하는 것. (그런데 둘 중 하나는 그냥 저지르고 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친구가 보낸 마스크와 과자가 이번주 안에 와야할텐데 그것도 좀 걱정이다. 잊고 있었는데 하필 이스터 연휴가 끼어서ㅠㅠ
끝무렵에 해낸 것 하나는 필름 카메라 구하기. 이베이에서 더 싸고, 다양하게 구할 수 있는 건 이미 출국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구매하질 못했다. 필름 가격이랑 현상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당장 산다고 펑펑 찍어댈 것도 아니라서 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꽤 합리적인 카메라를 주문해서 어제 받았다. 무려 저 북쪽 끝에 있는 섬에서 온 카메라인데, 급히 받아야 한다고 부탁했더니 예상일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너무 고마웠다. 배터리가 없어서 잘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외관이 매우 깨끗해서 만족스럽다. 저렴하게 구입해서 수리비가 들더라도 큰 손해는 아닐 것 같다. 그렇게, 18년도 여름에 이 나라에서 하려고 했던 일 중 남겨졌던 것을 해냈다.
사실 지난 주말부터 칩거생활을 못 견딘 동료분과 공원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금요일에 만났고 화요일에 또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다음 금요일이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거리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닌데 그래도 비슷한 곳에 살아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면 서로 걸어도 될 만한 거리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분이 나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진 않지만(ㅎㅎㅋㅋ) 그래도 내가 가버리면 진짜 심심하실 것 같아 걱정이 좀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분 바람대로 4월 말에 락다운이 풀리면 좋겠다. 사실 나는 이 상황이 5월 중순까지 간다고 본다...ㅋ
이상하게 혼자 다닐 때는 거의 아무일도 당하지 않는데, 누군가와 함께 돌아다닐 때 특히 인종차별 경험을 종종 한다. 뭐,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순 없는데 그냥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속으로 공기낭비하지말고 빨리 뒤지지 그러냐, 하는 생각이나 한다. 산책메이트분은 지금 이 사태에서 제일 안타까운 건 어린아이들이 아닌가, 사실상 그들은 사망률도 현저하게 낮은데 결국 바이러스에 취약한 세대를 위해서 락다운에 동참하는 것이지 않느냐, 그런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그 호수가 바위에 걸터 앉아서 우리보고 손사레짓 한 노인네보고 저런 생각 한 것도 그럴만 하지 않나. 지금 취약한 것은 너고, 마스크 안 쓴 것도 너고, 거기 앉으면 안 되는데 앉아있는 것도 너고, 그러니까 집에 계시지 왜 나와서 인종차별짓하세요, 퍼킹레이시스트야.
진짜 봄 오기 전에 떠났어야 했나. 날씨는 좋은데 사람들이 참 밉다. 다 미운 건 아니고, 좋은 사람이 더 많지만 원래 미운 사람이 더 많이 생각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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