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로 제출했던, 교수님께 '살벌하다'는 평가를 들은 감상문...
사실 그 날 집에 와서 다시 한번 봤는데 뭐가 어디가 어떻게 살벌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다 큰 성인한테 무용에 가깝다는거지.
이미 2년 전에 다른 강의에서 과제로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조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당시에도 3권의 선택지 중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것으로 ‘생각의 탄생’을 선택했지만 읽던 도중 어쩌면 잘못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책은 역사상 천재적이라고 불리었던 사람들, 창조적인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하여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13가지로 분류한 그들의 생각하는 ‘기술’들은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름길과 같은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또한 특별하다. 일반인들도 분명히 발견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음에도, (나를 포함한) 그들이 천재의 반열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그 사소한 것을 놓치는 무심함 때문일 것이다. 그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분류하여 우리에게 ‘이러한 것들이 있었으나 당신들은 이것을 놓치고 있다.’라고 말해주는 역할에는 매우 충실하고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들을 내가 읽고 이해한다고 해서 과연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든다.
창의적인 사고방식,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방법들에 대해 정리된 글을 읽는다고 나의 능력이 개진되는 것은 아니다. 책 안에서 어떤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는 있지만 사실 이것이 정말 내 능력으로 소화되고 완벽하게 나의 것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흥미롭고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나름대로 이 책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것 같은데, 한 챕터 씩 넘어가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계속 읽는 것이 과연 내 시야를 변화시키는 것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사고와 생각, 가치관 외 모든 것들은 그 사람의 경험과 주변 환경, 인간 관계 등 모든 구조들 사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계속 변화한다. 나는 나이가 더 많고 조금 더 오래 산 사람들이 흔히 ‘완고하다’고 불리게 되는 것은 그들이 쌓아온 상호관계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탄탄하게 다져졌고 조밀하게 관계를 맺어온 상황에서 다른 하나의 실낱 같은 관계성이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힘들다. 고작 20몇년 살아왔지만 종종 느끼기에, 나 또한 10대에 비해서는 더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내 세계관이 이미 어느 정도 정립되어버리고 아주 조금 완고해 지는 것 같다. 물론 유연하지 못한 사람, 고집 센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어찌됐든 이 책이 나에게 하나의 영향력을 분명히 미치기는 하겠지만,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것도 그 아이디어를 꾸준히 기억하고 연습한다는 가정 하에서만.
이 책의 저자들이 교육학자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13가지의 기술, 마지막에서 언급하고 있는 ‘전인적인 교육’에 대한 지향성을 생각해보면 이 내용들은 교육자들이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에 가깝다. 확실히 누구보다도 유연하고 스펀지 같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도구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 중 ‘형태맹’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확실히 ‘형태맹’에 속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생 시절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책에서 이르기는 ‘차원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이것이 불가능한 친구들은 단순히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 친구들과 내가 받았던 교육은 거의 동일한 것인데, 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학생들과 형태맹인 학생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냥 선천적으로 형태에 민감한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훈련을 통해 향상 시킬 수 있는 능력들에는 한계가 없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